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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innykim 2023. 5. 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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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허구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현실과는 다른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체험은 매력적이다. 현실로부터의 도피. 현실의 망각. 영화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영화는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하는 행위다. 영화의 이미지는 일반적인 사진과는 다르게 서사성을 지닌다. 충분한 개연성을 갖춘 허구적 서사로 인해 이미지들은 가장 허구적이면서 가장 진실한 것이 되고 이제 관객들은 이미지를 믿는다. 영화를 믿는다. (이미지에 대한 신뢰라는 측면에서 범죄도시와 기생충은 다르지 않다.) 이미지와 서사가 결부되는 과정에서 이미지가 확보하는 것은 신뢰 뿐만이 아니다. 그것은 앞뒤 문맥을 통해 감정을 지니게 된다. 감정을 전달하는 믿을 수 있는 이미지. 나는 그런 이미지들에 언제나 매혹되어왔다. 별볼일없고 지루하고 추하고 불확실한 현실의 바깥에서, 드라마틱한 감정과 확실한 믿음을 주는 아름다운 이미지들의 향연! 영화는 완벽한 속임수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영화는 허구를 통해 진실을 반추한다. 영화는 이미지의 예술인가, 이야기의 예술인가? 영화는 시각적인 속성과 문학적인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의 초석이 되는 것은 이야기다. 영화는 결과적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내지만 그것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이야기,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감정, 생각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들은 현실과 맞닿아 있는 얘기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마찰이 일어난다. 허구의 세계가 다시 현실로 회귀하는 순간 판타지는 깨진다. 그 피할 수 없는 순간때문에 영화는 항상 패배자다. 과연 철저히 믿을 수 있는 허구의 이미지, 깨지지 않는 판타지란 가능한 것일까? 영화의 이미지들과 다른 매체의 이미지들이 신뢰를 획득하는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또 신뢰가 지속되는 기간은 어떠한가? 보는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믿고 또 원하는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왜 만드는가? 그런 것들이 흥미로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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