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중학교 친구를 꿈에서 만났다. 오래된 대걸레 내지 푸석푸석한 회색 실로 변한 그 애의 머리카락에는 흰머리가 듬성듬성 뒤섞여 있다. 눈을 뜨고는 있었지만 초점은 없어보였다. 지친 표정이었다. 오랫동안 긴장 상태를 겪어온 것이리라. 긴장이 점차 증폭되다가 최대치에 이르자 아예 모든 것을 놓아버린 그런 표정을 보고 있어야 하는 난처로운 입장에서 어떻게 이 애가 예전 그 애, 그러니까 스튜어디스 아니면 패션모델이 되겠다던 그 호기로운 여중생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을까, 꿈에서 뭔가 착란을 겪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을 수도 있으나 다행히 본래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의 앳된 얼굴을 나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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