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을 잠깐 보다가 부끄러워서 닫았다.
나도 아무도 안읽었으면 좋겠는데, 비공개로 하기에도 아쉬운 마음이 있어서 놔뒀다.
요즘은 매일 공항철도를 타고 출근을 한다. 아침 7시 15분쯤. 캐리어를 든 사람들이 많아서 덩달아 나도 어디로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든다.
친구들은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 같다. 여행을 안 간지 정말 오래됐다. 여유가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여유가 있어도 잠시동안 떠나는 해외 여행을 가기 두려운 마음이 있는데,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이 도시와 나의 인연은 딱 거기까지라는 사실은 이별할 것을 알고 사람을 사귀는 일만큼 김이 빠진다.
사실 난 해외 여행을 가지는 않았지만, 살면서 많은 것들을 떠나왔다. 집, 고향, 가족, 연인, 회사, 나, 어떤 사람들, 어떤 장소들. 매번 무엇을 떠날 때마다 먼 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떠날 당시에는 떠나는 줄을 몰랐다가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면 아주 멀리 떠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늘 여행을 했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매번 어떤 것들이 죽고 다시 태어났다. 거기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지 않은 게 아쉽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사진을 많이 찍어두려고 한다. 기억이 흐려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되면서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정말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진다. 기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좋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도 함께 변하는지라 아무리 손으로 움켜쥐어도 흐르는 물은 그대로 흐르는 물이다. 사진을 찍어두는 건 중요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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